메뚜기 콤플렉스를 넘어서
– 현실보다 더 큰 두려움을 믿음으로 이기는 길 –
가끔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 혹은 나 자신에 대한 작은 생각 하나가 우리 삶 전체를 가로막는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벽은 겉보기엔 현실이지만, 그 실체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의 그림자일 때가 많습니다. 오늘 우리는 그런 벽 앞에 선 이스라엘 백성의 모습을 마주합니다. 그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을 앞에 두고도 스스로를 “메뚜기”로 여겼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 스스로를 그렇게 왜소하게 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실보다 크게 느껴지는 두려움
민수기 13장을 보면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은 분명히 가나안 땅의 풍요로움을 인정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표현은 그들이 본 긍정적인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 땅은 사람을 삼키는 땅입니다. 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았고, 아마 그들도 우리를 그렇게 보았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들이 본 것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감정으로 해석된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메뚜기 같다’는 말은 실제보다 작게 자신을 보는 왜곡된 자의식입니다. 그들은 거인의 땅에 선 백성이 아니라, 절망의 감정 속에서 스스로를 판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말뚝에 묶인 코끼리가 그 줄을 끊지 못한다고 믿고 살아가듯, 우리도 과거의 실패나 자기비하에 묶여 현실을 극복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보다 자신의 두려움을 더 신뢰했습니다.
믿음의 고백이 공동체를 살린다
그런 가운데, 두 명의 정탐꾼 갈렙과 여호수아는 전혀 다른 고백을 합니다. 갈렙은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고 외칩니다. 이 고백은 단순한 긍정의 말이 아닙니다. 히브리어 ‘야콜’은 단순한 가능성을 넘어, 반드시 이기리라는 확신과 담대함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현실을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거인이 있다는 것도, 성읍이 견고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그것보다 더 큰 하나님의 약속이 보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현실보다 더 확실한 근거였던 것입니다.
특별히 오늘날처럼 여론과 다수의 의견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갈렙의 고백은 우리에게 묵직한 도전을 줍니다. 믿음은 언제나 다수의 목소리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뜻은 때로 소수의 고백을 통해 세상 가운데 드러납니다. 다수가 두려움으로 결정한 일이라도, 그것이 믿음의 결과가 아니라면 하나님은 기뻐하지 않으십니다.
시선이 해석을 바꾼다
같은 현실을 보았지만, 정탐꾼 열 명과 갈렙·여호수아의 해석은 전혀 달랐습니다. 차이는 시선에 있었습니다. 하나님 없는 시선은 두려움을 낳았고, 하나님 중심의 시선은 담대함을 낳았습니다. 결국 그들이 본 것은 같지만, 그 의미는 전혀 달랐던 것입니다.
이는 현대 심리학에서도 ‘프레이밍 효과’라는 실험으로 입증된 바 있습니다. 같은 사실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반응은 전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믿음이 있는 사람은 현실을 두려움의 틀로 보지 않고, 하나님의 시선으로 재해석합니다. 현실을 바꾸지 못해도, 그것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 삶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삶의 실패 앞에서 무기력했던 한 가장이, 공원에서 받은 성경책을 통해 다시 기도하게 되고, 하나님께서 여전히 자신을 붙들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게 되었을 때, 그는 같은 현실을 다르게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서서히 회복되었습니다. 이처럼 믿음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믿음으로 다시 서는 시선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각자가 가진 ‘메뚜기 콤플렉스’를 넘어, 갈렙의 시선을 회복하기 원하십니다. 현실은 분명 녹록지 않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크고, 우리의 상황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를 메뚜기로 보지 않는다. 너는 내 자녀이며, 내가 너와 함께할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하나님의 시선으로 현실을 다시 해석하는 것입니다. 두려움 대신 믿음으로, 절망 대신 소망으로, 거인 대신 거인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 각자 앞에 있는 ‘가나안’을 향해 한 걸음 내딛어 봅시다. 하나님께서 이미 주셨다고 약속하신 그 땅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도전이 아니라, 믿음으로 걸어가야 할 은혜의 길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우리를 그 약속의 길로 부르고 계십니다.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
이 믿음의 고백이, 오늘 우리 삶 속에서 울려 퍼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