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Jesus 30. 충분하신 하나님, 과한 나의 마음

충분하신 하나님, 과한 나의 마음

민 11장 24-35절

광야의 여정은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이 진정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하나님의 신실한 훈련장이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애굽의 채찍 아래 고통받던 노예가 아니었고, 자유의 백성이 되어 하나님의 손에 이끌려 가는 중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만나로 생명을 이어가고, 구름기둥과 불기둥 아래서 보호받으며 인도하심 속에 걷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은혜의 여정 한가운데에서, 그들의 마음은 점차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지루하고 평범해 보이는 날들이 계속될수록, 그들은 점점 과거를 미화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종살이하던 애굽을 그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우리에게 고기를 주어 먹게 하라”는 한탄은 단지 식욕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로는 더 이상 만족할 수 없다는 깊은 불신의 외침이었던 것입니다.

그 외침 앞에서 하나님은 침묵하지 않으셨습니다. “한 달 동안 고기를 먹게 하리니… 코에서 넘치기까지 먹게 될 것이라” 하신 말씀은 응답이 아니라 경고였고, 책망이었으며, 동시에 하나님의 탄식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곧 메추라기를 받아 들판을 가득 채우고, 탐욕의 기세로 고기를 입에 넣었지만, 그 입술에 은혜가 닿기도 전에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였고, 수많은 이들이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그들을 묻은 땅은 ‘기브롯핫다아와’—욕심의 무덤이라 불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일상적 은혜를 가볍게 여기고, 자신의 욕망을 더 우선한 자들이 끝내 도달한 곳이 바로 그 무덤이었던 것이지요.

이 장면은 먼 옛날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삶에도 동일한 진리를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종종 너무 평범하게 다가옵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더 이상 감동을 주지 못하고, 어느새 우리는 마음 한켠에서 ‘더 많은 것’을 갈망하게 됩니다. 더 넉넉한 삶, 더 안정된 미래, 더 편안한 환경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고 싶어 하면서도, 정작 날마다 주어지는 은혜에는 무뎌져 가는 것이지요. 그렇게 욕심은 은혜를 무디게 만들고, 불평은 감사의 자리를 조용히 잠식합니다. 결국 하나님께 받은 것이 아닌, 내가 원하는 방식과 시점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하나님 중심의 신앙이 아닌, 나 중심의 종교적 욕망으로 변질되고 마는 것입니다.

기브롯핫다아와는 단지 메추라기에 탐한 자들이 쓰러진 장소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보다 욕심을 더 사랑했던 마음이 마지막으로 향하게 되는 자리였던 것입니다. 그 비극은 우리에게 지금도 말없이 경고하고 있습니다. 신앙은 ‘더 많은 것’을 얻는 싸움이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을 깊이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여정임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이 여정의 반대편에는 ‘만족’이라는 복된 마음이 있습니다. 만족은 단지 절제의 미덕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허락된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려는 믿음의 시선인 것입니다. 그 시선은 오늘의 삶을 사랑하게 만들며, 하나님의 공급 앞에 조용히 고개 숙이게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말씀하셨던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는 당부는 단순한 심리적 위로나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라, 하늘 아버지의 오늘이 내게 충분하다는 깊은 확신의 고백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기브롯핫다아와에서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를 잊지 않았다. 내가 주는 것으로 너는 충분하다.” 그 음성은 광야 한복판에 있던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분주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한 하나님의 부르심인 것입니다. 모든 것이 더 많고, 더 빨라지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만족’이라는 조용한 영적 감각입니다. 은혜를 향한 맑은 시선을 되찾고, 감사의 감도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통해 우리의 마음이 더는 욕심의 무덤으로 향하지 않고, 하나님의 임재가 거하는 제단으로 이끌려 가게 되는 것입니다.

믿음의 삶을 위한 적용 제안

오늘 하루, 내가 당연히 여기며 살아온 것들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다시 발견해 보시기 바랍니다. 늘 마시는 물 한 컵, 무사히 돌아온 집의 현관문, 익숙한 얼굴들 사이에서 드리는 예배—그 모든 것이 만나처럼 하늘로부터 내려온 선물일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 깊이 도사리고 있는 ‘더 많은 것’에 대한 갈망이 혹시 은혜에 대한 불만으로 바뀌어 있지는 않은지도 조용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감사는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신앙의 방향입니다. 오늘 나의 발걸음이 욕심의 무덤이 아닌, 감사의 제단을 향하고 있는지를 깊이 묵상하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자 생명의 삶 말씀본문과 함께한 말씀묵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