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모데후서 1장을 살펴보면, 바울의 마지막 편지에 담긴 깊은 애정과 영적 지혜를 만나게 됩니다. 이 서신은 단순한 사역적 조언을 넘어 한 사람의 신앙 여정의 근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바울은 디모데의 “거짓이 없는 믿음”을 언급하며, 그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바로 외조모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에게서 비롯된 신앙의 유산입니다.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신앙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어떻게 자라나는가? 그리고 어떻게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가?
가정에서 자라나는 믿음의 씨앗
디모데의 믿음은 화려한 강단이나 대형 교회에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그의 신앙은 가정이라는 작은 텃밭에서 어머니와 외조모의 손길로 심어지고 가꾸어졌습니다. 아마도 유니게는 매일 성경을 읽어주며, 이스라엘의 역사와 하나님의 약속을 들려주었을 것입니다. 식사 전 감사기도, 잠자리에 들기 전 드리는 기도, 삶의 작은 순간마다 하나님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것입니다.
잠언 31장에서 묘사하는 지혜로운 여인처럼, 그녀는 일상의 섬김과 가르침을 통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디모데에게 심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종교적 의무가 아닌 삶으로 살아낸 신앙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설교나 성경공부가 신앙 형성의 주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디모데의 이야기는 가정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살아있는 신앙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줍니다. 말보다 삶으로, 가르침보다 본보기로 전해지는 믿음의 유산은 평생을 지탱하는 영적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세대를 넘어가는 신앙의 유산
바울이 언급한 신앙의 계보는 세 세대에 걸쳐 있습니다. 로이스에서 유니게로, 다시 디모데로 이어지는 이 믿음의 여정은 하나님이 어떻게 역사하시는지 보여줍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이 유산은 물질적 재산보다 훨씬 귀중합니다.
출애굽기 2장에서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아들을 구하기 위해 지혜롭게 행동했습니다. 그녀의 용기와 신앙은 후에 이스라엘을 이끌 지도자를 준비시켰습니다.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 역시 깊은 기도와 헌신으로 아들을 하나님께 드렸고, 그 결과 이스라엘의 마지막 사사이자 첫 왕을 세우는 선지자가 탄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어머니의 믿음은 단지 개인의 신앙생활에 그치지 않고 역사를 움직이는 영향력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오늘 심는 작은 씨앗이 다음 세대에 어떤 열매로 맺힐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일상의 작은 헌신이 맺는 위대한 열매
디모데에게 전해진 신앙은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로이스와 유니게의 매일의 작은 선택과 헌신이 모여 “거짓이 없는 믿음”으로 결실을 맺었습니다. 그들의 기도, 가르침, 삶의 모범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섬김이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보시고 기억하셨습니다.
오늘날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 양육과 신앙 교육의 무게 앞에 지치고 좌절합니다. 당장의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자녀들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디모데의 이야기는 어머니의 신앙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증언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충성된 섬김이 하나님 나라의 큰 일꾼을 준비시키는 토양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이 말씀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적용점을 남깁니다.
첫째, 어머니로 살아가는 성도는 자신의 일상적 신앙생활이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기도하는 모습, 말씀을 읽는 습관,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태도는 어떤 설교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둘째, 양육의 지침과 피로감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당장 열매가 보이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신실함을 기억하시며 때가 되면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실 것입니다. 유니게가 디모데가 바울과 함께 세계를 바꾸는 사역자가 될 것을 상상했을까요? 오늘 우리의 작은 헌신이 내일의 큰 열매로 이어질 것입니다.
셋째, 비록 자녀가 없거나 부모가 아닌 성도라도 영적 부모됨의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다음 세대에게 신앙의 본을 보이고 격려하는 영적 멘토가 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앙의 가정을 세우는 일은 단순한 가정 관리를 넘어선 영적 사명입니다. 한 사람의 거짓 없는 믿음이 수많은 디모데를 일으키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는 것입니다.
오늘 어머니의 날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어떻게 로이스와 유니게처럼 다음 세대에게 신앙의 씨앗을 심는 사명을 줄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해 봅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고 즉각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하나님은 우리의 신실한 헌신을 통해 놀라운 일을 이루실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디모데들을 준비시키는 거룩한 사명에 함께 동참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